자유게시판 누름돌

judel
2014.04.16 10:11

[누름돌]

 

어릴 적 할머니께서

냇가에 나가 누름돌을

한 개씩 주워 오시던

기억이 떠오릅니다.

누름돌은

반들반들 잘 깍인 돌로

김치가 수북한 독 위에 올려놓으면

그 무게로 숨을 죽여

김치 맛이 나게 해주는 돌입니다.

처음엔 그 용도를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는

할머니를 위해

종종 비슷한 모양의 돌들을 주워다 드렸습니다.

생각해 보니 옛 어른들은 누름돌 하나씩은

품고 사셨던 것 같습니다.

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텐데 자신을 누르고,

희생과 사랑으로

그 아픈 시절을

견디어 냈으리라 생각됩니다.

요즘 내게 그런 누름돌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

생각이 듭니다.

스쳐가는 말 한마디에도

쉽게 상처받고,

주제넘게 욕심내다

깨어진 감정들을

지그시 눌러주는

그런 돌 하나 품고 싶습니다.

이젠 나이가 들 만큼 들었는데도 팔딱거리는 성미며

여기저기 나서는 당돌함은

쉽게 다스려지지 않습니다.

이제라도 그런 못된 성질울

꾹 눌러 놓을 수 있도록

누름 돌 하나 잘 닦아

가슴에 품어야겠습니다.

부부간에도 서로 누름돌이 되어주면 좋겠고,

부모 자식 간이나 친구지간에도 그렇게만 된다면

세상도 훨씬 밝아지고

마음 편하게 되지 않을까요?

정성껏 김장독 어루만지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유난히

그리운 시절입니다.

 

최원현 / 수필가, 칼럼니스트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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